‘구한말(舊韓末)’을 어쩌나 歷史廊


신라말()은 신라말이요, 고려말은 고려말이다. 그럼 구한말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인터넷을 구석구석 뒤져봤다. 구한말이 언제냐고 묻는 글은 참 많은데 속 시원히 대답해 준 곳이 없다. 사실 대답하기 어렵다. 어른들이 무책임하게 쓰는 구한말이라는 시대 구분에 어린 학생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혼란스러울 땐 국어사전이 우선이다. 찾아보니 대한제국의 시기라고 풀었다.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부터 일제에 나라를 빼앗기는 1910년까지 14년간을 의미한다. 대한제국은 이미 당대부터 한국(韓國)으로 칭해졌다. 대한민국과 구분에서 대한제국을 구한국으로 표기할 수 있으니, 1897~1910년을 구한말로 볼 수 있다. 설득력이 없지 않다.

그러나 구한말의 ()’이 문제다. 말이 있으면 초도 있어야 하는데 구한초라는 표현은 없다. 대한제국 즉 구한국의 말기이면 대한제국이 탄생한 1897년부터 몇 년간은 구한말이라고 부를 수 없다. 대략 1905년쯤부터라고 해야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국어사전의 설명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 구한말과 구한국을 같은 의미로 풀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자료집에 실린 중국 쪽 신문기사에 구한말 맺어진 한미수호조약의 규정에 근거하여라는 표현이 보인다. 한미수호조약은 1882년에 맺어졌다. 대한제국 성립 이전에 이미 구한말이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 앞 시기인 대한제국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앞 시기인 조선을 구한국(舊韓國)으로 본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구한말은 조선 말기가 된다. 그래서 어떤 이는 개항 이후 경술국치까지 1876~1910, 35년간을 구한말이라고 한다. 그럴 수 있겠다.

그런데 얼마 전 어느 방송에서 강화도의 역사를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진행자는 구한말에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은 섬이 강화도라고 설명했다. 병인양요는 1866, 신미양요는 1871년이다. 개항하기 이전의 사건들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구한말이라는 것일까. 그래서 혹자는 말한다. 흥선대원군이 집권한, 그러니까 그의 아들 고종이 즉위한 1864년쯤부터 구한말이라고.

이도 저도 골치 아프니까 그냥 두루뭉술하게 조선 말기부터 대한제국까지를 구한말로 보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학자들에 따라 구한말의 시작 지점을 1864(대원군 집권), 1876(개항), 1897(대한제국 성립) 등으로 보고 있다. 혼란스럽다.

학계에서 이 문제를 좀 어떻게 정리해주었으면 좋겠다. 구한말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계속 쓸 것인가, 말 것인가(‘구한국이라는 표현을 일제가 처음 썼다는 얘기도 있다). 쓰고자 한다면 언제부터 구한말인지, ‘구한말을 조선까지로 넓혀 볼 것인지 그냥 대한제국으로 볼 것인지, 폭넓은 협의 과정을 거쳐서 공식적인 약속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아예 쓰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략 대원군 집권부터를 조선 말 또는 조선 말기로 부르고, 대한제국 이후는 대한제국기라고 하면 될 것이다.

 

 


덧글

  • 解明 2017/12/06 14:39 # 답글

    저도 아주 가끔 '구한말'이라는 말을 썼는데, 뒤돌아보니 '구한초'라는 단어가 없네요.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인 듯합니다.
  • 나무 2017/12/06 17:36 #

    저도 그랬답니다. 앞으로는 구한말이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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